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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10 Fri - 채연아! 새벽에 울지마...

2003.10.10 09:09

엄마 조회 수:562 추천:0

어제 엄마가 퇴근하면서 채연이 데리러 할아버지댁에 갔다가 할아버지가 우리 모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셨어.
엄마는 물을 받아 채연이 목욕시킬 준비를 했지. 우리 채연이 만세하면서 옷벗겨달라고 하고 기저귀는 혼자 벗는거 있지.
다 컸네 하는 생각이 드네.
목욕하고 엄마랑 라면 끓여서 둘이서 맛있게 나눠먹고, 채연이 동화책 읽어주고 낱말카드 가지고 놀고 집이 정신이 없다. 낱말카드 널려있고 동화책 다 빼놓고...
10시 반쯤 되니까 채연이가 졸리다고 업으라고 한다. 엄마는 채연이를 업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채연이를 겨우 재워 눕히고 한숨돌리고 엄마 씻고 아빠 바지 빨고(아빠가 엄마가 바지 안빨아주었다고 마누라 잘 못 얻었다고 하더라....), 설겆이 하니까 11시가 훨씬 넘더라.
인터넷 좀보고 TV 좀 보니까 12시더라.
아빠한테 전화해서 빨리들어오라고 하고 엄마는 잠이 들었어.
초인종 소리가 나서 일어나서 문열어 주니까 채연이 아빠 2시가 다 되어 들어왔단다. 그 시간에도 초인종을 누르는 강심장 아빠. 조만간 쫓겨날지도 몰라.
잠결에 채연이가 울더라. 두드려주어도 계속 울고 업으란다. 졸린 눈으로 일어서서 채연이 없고 몽유병 환자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다닌 엄마, 술먹고 옆에서 쓰러져 자는 아빠.
이렇게 간밤을 잔듯만듯 ...
그러니깐 엄마가 아침에 못일어나지.
출근하면서 엄마는 꾸벅꾸벅 졸다가 겨우 홍대역에서 내렸지.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졸다가 한정거장 더 가서 내렸지. 근데 퇴근하면서 신당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상왕십리역에서 내렸어.(이번에는 졸다가 그런건 아니고 책읽다가 그냥 지나쳤지 뭐야) 아침 저녁으로 괜히 우울하다.
아침에 아빠는 간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속이 쓰리다고 하면서 출근했다.
엄마는 물론 북어국도 못 끓여주었지만.
엄마 좀 힘들다. 채연아! 밤에 보채지만 않으면 좋겠다.
이쁜딸! 사랑해.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 잘듣고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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