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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 11 Sun - 시할머님 생신+제사

2004.01.14 16:16

엄마 조회 수:520 추천:0

오늘은 시할머님 생신이시다.
그래서 이틀이나 시댁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시부모님들이 시장 보러 가셨다. 저녁에 제사가 있단다.
근데 나한테는 말씀이 없으셨는데. 그냥 엄마는 눈치만 보고 있다.
아침 차려 먹고 설겆이 하고 저녁에 나물 무칠 것 다듬어서 데쳐놓고 안산 고모님 댁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근데 어머님은 오늘도 아침을 굶으셨다. 이럴때면 내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그리곤 현기증이 나신다고 하신다.
난감하다. 어찌해야 할꼬? 엄마도 집에 가서 청소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인데... 그냥 월요일에 해도 되지만. 그냥 우리집이 편하다. 결혼한지 3년인데 그래도 시댁은 불편하다.
안산에서 점심만 먹고 우리는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신다.
그래서 짐을 챙겨 갈까 하다가 그냥 아버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이때 그냥 우리 차로 갔더라면....
안산에 도착!
도착해서 인사드리고 바로 엄마는 부엌으로...
채연이가 자꾸 엄마 손을 잡아 끌어 거실 돗자리 위에 앉힌다.
채연이가 엄마가 시킨 것처럼 엄마보고 일하지 말라고 한다. 부엌에만 가면 다시 데려다 앉힌다. 그래 우리딸이 최고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의 역할이 있는 법.
그렇게 상을 차리고 고기를 구웠다.
그동안 어른들은 모두 고스톱을 하신다. 난 개인적으로 식구들이 모여 고스톱 치는 모습이 싫다.
시어머니는 계속 고스톱 치시는데 열중하신다.
식사 시작! 차리는 것은 오래 걸려도 먹는 것은 금방이다.
또 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해야 한다.
또 어른들은 방으로 고스톱 치러가신다. 우리 어머님은 나와 보지도 않으신다.
설겆이 다하고 엄마는 이젠 마땅히 할일이 없어졌다. 우리집에 가고 싶은데...
어른들은 계속 고스톱을 하신다.
졸려서 엄마는 방에서 잠깐 졸았다. 밖이 시끌한 걸 보니 이제 가실려나 보네.
지금 시각은 5시.
수원으로 출발.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시간이 애매하니 제사를 지내고 갔으면 하셨나보다.
그때 이후의 일은 일기로 적기에는 곤란한 ....

며느리란 이름의 자리는 참으로 힘들다.
내가 생각했던 며느리와 현재의 며느리인 '나'
힘들다.
시댁 식구들 속에 섞여 지는 게 힘들다. 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섞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의 푸념이네.
엄마는 힘들다. 아무도 몰라주어도 아니 누가 알아달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회사 다니며 살림 조금 하며 채연이 키우는 게 엄마에게 벅차다.
이젠 엄마도 힘들다고 말하며 살것이다.
한순간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그리고 진정한 아빠 속마음도 알고 싶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남자지만 모르는 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빠도 그렇게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오늘 엄마 일기는 심각하네. 다만 이 일기에 엄마 속마음을 속시원히 적어 놓을 수 없어 좀 아쉽긴 하다.
나중에 엄마가 이 일기를 읽고 엄마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그런 날이 오길 바라며 엄마는 오늘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