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홈페이지

채연아! 안녕!
오늘 채연이랑 엄마랑 둘이서만 외출을 했는데 채연이는 어땠니?
엄만 좀 힘들었단다. 아빠가 없으니 아빠의 역할이 참으로 컸다는걸 느꼈지만....

오늘은 엄마, 아빠가 결혼한지 3년하고도 2달쯤 되어가는 날이야.
채연이는 엄마, 아빠가 결혼하고 한참 집들이 하느라 정신없을때 찾아왔단다.
그 땐 엄마가 회사도 옮긴지 얼마 안되어 힘들고, 또 집들이 매주 하느라 힘들고 아빠의 가족들을 엄마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여러 상황에서 채연이가 엄마한테 와서 엄마는 채연이가 엄마한테 온걸 정말 많이 기뻐해주지 못했어.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정말 철없는 엄마였지만.... 물론 철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엄마가 채연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 때 정말 많이 기뻐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지금은 우리 채연이가 세상 누구보다도 엄마한테 소중한 딸이라는 거야.
정말 정말 사랑한다. 나의 이쁜딸!

엄만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야.(좀 챙피한 얘기지만)
채연이가 엄마한테 온 이후 엄만 우리 아기랑 살 집도 없는 것이 너무 싫었단다.
그래서 아빠랑 엄마 월급의 거의 모두를 저금하면서 1년을 지냈지.
임신복도 1개로 버텼으니깐... 어느날 외삼촌이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나네.
삼촌 : 누나! 옷이 그거 하나 밖에 없어? 왜 맨날 똑같아?
엄마 : 그래 1개밖에 없다. 니가 사주라...

그 때 아빠가 얼마나 민망했을까..

아뭏든 그 때 저축한 돈으로 채연이 낳고 출산 휴가 받고 집에서 쉬었을 때 성격 급한 엄만 집근처 재개발 추진하는 아파트 분양권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종일 그 생각밖에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이 없었던것 같다.

결국 아파트 분양권이란 걸 샀다. 물론 돈이 모자라 많이 빌려서이긴 하지만...
그 때부터 오늘까지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2년 동안도 엄마, 아빤 꼭 필요한 거 이외에는 거의 저축을 했지.
근데 채연이 분유값, 기저귀 값.... 등등... 돈이 쉽게 모이지는 않더라..
그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재계약이 있었는데 주인이 2년만에 4천만원이란 돈을 올려달란다.
채연이가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이 4천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를 수도 있지만....
엄마, 아빤 그냥 이사갈 생각까지 했으나 채연이를 키워주시는 외가집 근처에서 살아야만 했기에 결국 그 돈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하게 됐다.

엄마가 이 얘기를 해 주는 이유는 지금부터 변명을 하기 위해서야.
이렇게 엄마가 부자가 될 꿈을 키우는 동안 우리 채연이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거야.
엄마는 회사에서 거의 매일 야근을 해서 자는 채연이 데리고 와 재워서 다시 아침에 데려다 주는 정도만 했으니깐...
그 땐 정말 엄만 너무너무 힘들어했단다. 새벽에 채연이가 자주 깨서 엄만 항상 잠이 모자랐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채연이에게 엄마가 해준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엄마가 채연이에게 미안할 뿐이야.
임산 중에도 계속 늦게까지 야근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태교로 주로 하는 십자수 조차도 하질 못했으니..
그러면서도 엄마는 아이가 저절로 자라는줄 알았단다.
지금은 엄마도 알아버렸단다.
아기들은 사랑으로 자란다는걸.

엄마가 회사 생활하면서 또 채연이 키우면서 또 집안일 하면서 정말 많이도 투덜거리고 신경질내고 아빠랑 많이도 싸웠어. 앞으론 사이좋게 지낼께.
특히나 채연이 아플땐 엄만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단다.

채연이에게 엄마로써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엄만 우리 채연이가 남보다 똑똑하고 이쁘길 바랬단다.
어느 순간 비교도 하게 되었단다. 다른 아이들이 말을 할때 왜 채연이는 말을 하지 않을까? 뭐 이런...
앞으론 채연이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으려 노력할테니 한번만 용서해주라. 미안해. 채연아!

채연이의 말문이 늦게 뜨여 엄만 정말 걱정이 많았단다.
근데 채연이의 말이 늦은게 다 엄마 책임인거 같아  엄마 마음이 더 급했던 거 같아.
엄마가 무심결에 한 말들에 채연이가 이때쯤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단 생각을 해봤어. 왜냐구? 우리 채연이는 똑똑해서 엄마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알았을테니까.

이젠 채연이가 하루종일 참새처럼 조잘대고 이쁘게 웃어주고 엄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엄마가 채연이에게 해준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엄마에게 주는 채연이에게 엄마는 뭐라고 말해야할까?
고마워. 엄마, 아빠 한테 이렇게 이쁜 채연이가 있어줘서.

올 겨울쯤엔 우리집에 이사를 갈 수 있단다.
엄만, 정말 기대된단다. 처음으로 갖는 우리집...
많은 돈을 대출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는 매우 기뻐. 채연이도 우리집을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는데...

엄마, 아빠는 채연이에게 돈 많은 부자 부모보단 행복한 채연이의 엄마, 아빠가 되고 싶다.
채연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엄마의 지금 가장 큰 소망이야.
더불어 아빠, 엄마도 행복해져야하고. 요즘 아빤 엄마가 계속 신경질내서 행복하지 않대.

우리 이쁜 채연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생활하자. 밥도 많이먹고.
오늘 저녁엔 채연이가 밥을 안먹을려고 해서 엄마가 좀 속상했어.
항상 채연이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노력할께.
그 안에서 행복한 채연이가 되어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0 2004. 5. 25 Tue - 엄마가 스파 가자고 해요 file 알이 2004.05.25 637 0
109 2004. 5. 24 - 채연이 엄마한테 혼났어요. [2] file 엄마 2004.05.25 705 0
108 2004. 5. 25 Tue - 엄마홈을 보면서 file 알이 2004.05.25 300 0
107 2004. 5. 24 Mon - 우리집 뒷동산 [1] file 알이 2004.05.24 305 0
106 2004. 5. 24 Mon - 엄마 아빠 친구들 file 알이 2004.05.24 347 0
105 2004. 5. 24 Mon - 엄마 아빠 연애시절 file 알이 2004.05.24 339 0
104 2004. 5. 23 Sun - 밀가루 반죽하며 놀기(아빠 다리 아파 하루종일 쭉~~ 집에) file 엄마 2004.05.23 511 0
103 2004. 5. 23 Sun - 아빠의 군대생활 4 file 알이 2004.05.23 362 0
102 2004. 5. 23 Sun - 아빠의 군대생활 3 file 알이 2004.05.23 337 0
101 2004. 5. 23 Sun - 아빠의 군대생활 2 file 알이 2004.05.23 407 0
100 2004. 5. 23 Sun - 아빠의 군대생활 1 file 알이 2004.05.23 377 0
» 2004. 5. 22 Sat - 잠이 안오는 밤에 엄마가 채연이에게 [1] 엄마 2004.05.23 390 0
98 2004. 5. 22 Sat - 주연 이모 결혼식에 다녀왔어요. [1] 엄마 2004.05.22 434 0
97 2004. 5. 21 Fri - 컴퓨터와 씨름하기 알이 2004.05.21 292 0
96 2004. 5. 20 - 채연이가 드디어 말을 잘하네요. 엄마 2004.05.21 424 0
95 2004. 5. 20 Thu - 아빠 경고 1번 엄마 2004.05.20 396 0
94 2004. 5. 19 - 도토리 만들어 주었는데 채연이가~~~ file 엄마 2004.05.20 524 0
93 2004. 5. 18 - 아빠가 좋은 채연! 아빠가 해줘요! 엄마 2004.05.19 464 0
92 2004. 5. 17 Mon - 다시 바쁜 한주의 시작. [1] 엄마 2004.05.17 354 0
91 2004. 5. 17 Mon - 여보! 고마워요. [1] 엄마 2004.05.17 36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