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홈페이지

요즘 엄마는 깜빡깜빡 하는 일이 많아진다.
잘둔다고 둔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못찾는 일도 생기고... 행주도 가끔 냉장고 속에 넣어두고 찾고.... 그외에도 무지 많다.

채연이 낳던 날의 기록이 없어서 엄마의 기억이 지워지기전에 남겨두어야할거 같아....

2002년 2월 21일 저녁 9시쯤 이슬이라는 것이 비쳤다.
병원에서 말한 예정일이 바로 이날이었다.
오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선생님이 엄마에게 뭔가 느껴지는 것이 없냐고 물으신다.
엄마는 없다고 대답했더니 선생님께서는 엄마가 둔한가보다고 하신다.
채연이가 나올 기미가 보인다고....

정말로 예정일 밤에 이슬이 비치고 엄마는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전화하니 10분 간격일때 다시 전화하고 준비하고 병원에 오란다.
엄마는 배가 아픈대도 샤워하고 나왔다.
아빠가 처음으로 드라이로 엄마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12시가 다되어 병원에 갔다.
검사하고 바로 입원하란다.
채연이가 이제 나올려고 한다고... 선생님께서 잘하면 아침에는 채연이를 볼수 있겠다고 하셨다.

엄마는 진통을 정말로 잘참았다. 간호사 언니가 엄마한테 안아프냐고 물을 정도로...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다. 근데 좀 있다가 이 진통이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다시 검사하고 나서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집에 갔다가 다시 오라고...
우째~~ 이런일이~~ 이런 황당할 일이.....

좀있다가 선생님께서 오늘 낳자고 하신다.
그래서 엄마는 촉진제 맞고 채연이를 보기 위해 열심으로 고통을 참았다.
아이를 낳을려면 자궁이 10cm 가량 열려야 한다. 보통 1시간에 1cm씩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2시간에 1cm씩 열렸다.
정말로 그 고통은 글로는 설명이 안된다. 말로도 설명이 안된다.

진통이 1분 간격으로 엄마의 배와 허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벌써 19시간째 엄마는 이 고통과 싸우고 있다.
아빠는 엄마 곁에서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나 오랜 시간을 진통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엄마랑 채연이는 너무 잘하고 있었고 선생님께서도 엄마가 너무 잘참는다고 하신다.
너무 아프면 소리지르라고~~~

선생님께서 앞으로 30분 내로 채연이가 안나오면 할수없이 수술을 해야 한단다.
이런 청전벽력 같은~~~ 엄마는 이순간 뭐라 할말도 없었다.

열심으로 더 열심으로 이를 악물고 힘을 주었다.
이제까지 참았는데 수술하면 너무 억울하잖아.

드뎌 채연이가 세상에 나올 준비가 다되었나부다.
엄마는 대기실에서 수술실까지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갔다.
아니 선생님이 걸어가란다. 세상에 아파죽겠는데 걸으란다.
1분 진통이 멎는 그 1분의 시간에 엄마는 수술실 침대위에 올라섰다.
그것도 엄마 혼자힘으로...
뭐야~~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하는거야~~
처음이라 뭐가 뭔지를 알수가 있나~~
침대에 누워 몇번의 힘을 주다가 드뎌 채연이가 태어났다.
이순간~~ 엄마는 아무 생각도 안났다.
그저 죽다가 살았구나 하는 느낌~~

아빠가 곁에서 엄마를 지켜주었다.
또 채연이가 나올때 아빠가 엄마 배를 눌러서 도와주웠지~~

엄마가 채연이랑 처음으로 눈을 마주봤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채연이가 엄마를 쳐다봐주었어.
엄마는 너무 행복했단다. 또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엄마한테 와주어서...

뒷처리 다하고 병실로 들어오니 울엄마랑 신랑이 없다.
간호사 언니는 아기를 안고 어찌할바를 모른다.
보호자가 없으니~~
엄마는 방에 덩그러니 혼자 누워있었고 채연이는 저기 멀리 채연이 침대에 뉘어졌다.

글쎄~~
아빠랑 할머니는 밥을 먹으러 갔던 것이다.
엄마가 나오는 것도 안봐주고 채연이 얼굴도 안봐주고....

아빠는 지금도 말한다.
자기는 안갈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아빠도 고생해서 배고프니까 저녁 먹고 오자고...
미워! 미워! 할머니, 아빠 모두....

이렇게 해서 꽉 채워 20시간의 진통 끝에 2002년 2월 22일 오후 5시 15분에 채연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져 있다. 3.3kg의 건강한 아기...

아빠는 20시간 동안 걱정하며 엄마 곁을 지켜주었는데 아주 잠깐 저녁먹고 와서...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전설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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