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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7. 2 금요일 - 아빠한테 쓰는 편지...

2004.07.02 10:13

엄마 조회 수:388 추천:0

우리가 가정을 꾸민지 벌써 3년하고도 3개월이네....
그동안 기쁜일도 힘든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꾸려왔다고 생각해.
채연이도 태어났고 우리집 장만도 머지 않았구....

근데 오늘에서야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어.
글쎄... 내가 많이 아프고 힘드니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만...

내가 왜 이렇게 아둥바둥 살고 있는지...
무얼 위해서...
물론 우리 가족을 위해서겠지...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를 위해서겠지..
근데 내가 아프니깐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드네..

결혼이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기억 안에서.... 요며칠이 가장 아프고 힘들어.
오죽하면 병원에 혼자 누워 링겔까지 맞고 다닐까... 처량맞게...

당신은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척 방관하지..
내가 아파 누워있는데 죽을 끓여줄 생각은 안하고... 밥먹었어? 라고 물어봤지.
남편으로써 부인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이 있다면 죽 끓여다 떠먹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자주 아파서 누워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집안 꼴은 눈뜨고 볼수도 없는데 그런것들이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못본척 하는지...
아니면 내일이면 괜찮아질 마누라가 알아서 할일이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앞으로 긴세월 무슨 일이 생길이 모르지만 당신을 의지하며 믿고 어떻게 살아가겠어?

내가 오늘 너무 부정적인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프면서 마음도 많이 약해졌어...

어제 저녁 혼자 채연이 챙기고 쓰레기통 같은 집안 청소하고 채연이 목욕시키고 하니 10시 반이었어. 왠지 푹하고 쓰러질것만 같았지..
채연이 재우고 좀 쉬다가 잠이 들었어. 잠시후 채연이가 징징대서 또 깨고.. 또 재우고...
30분 간격으로 눈이 떠지네.
당신은 정확히 2시 45분에 집에 들어왔다.
오늘은 양심은 있는지 초인종은 안누르고 열쇠로 열고 들어오더군.

당신이 어제 만난 사람들이 당신 인생에서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할지는 몰라도..
최소한 당신 부인, 당신딸보단 못하지 않아?
그런데 어제 당신의 행동은 어떤거 같아?
그래 약속을 취소할수 없다면 최소한 전화라도 아니면 조금 일찍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밥은 먹었는지... 채연이는 어떤지..
당신은 전화 한통도 없었고 새벽 3시에 들어왔어.
어제 당신의 행동은 감정적으로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이해할수 없어.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해.
절제하지 못하고 끌려만 다니고 판단하지 못하고... 어제 당신이 그랬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줄 알아..
그시간 난 눈뜨고 있었어.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룰수 없더군.

글쎄 그렇게 술마시고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한가정의 가장이며 한여자의 남편이며 한아이의 아빠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뭐 당신보다 더 나은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내 앞에서 당신의 행동은 무슨 말로 변명이 될까?

오늘 기분에는 당신의 아내 역할 그만하고 싶다.
그리고 새벽에 들어와서 아침 6시 반에 하는 일본어 전화수업도 못하더군.
그런 모습을 보며 한심한 생각이 들었어.
술을 먹고 자기가 해야할 일도 하지 못하고...
난 술을 먹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하지만 당신이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할 정도면 아주 문제가 심각한거 아니야.
아침에 출근할때도 멍한 눈으로 풀어진 모습으로 집을 나서는 것도 너무 싫어.

당신은 말하지..
술먹고 온 날은 아침에 해장국이라도 끓여달라고..
그래 이건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술먹고 늦게 오는 동안 나는 두다리 뻗고 잠을 자는 거 같아?
나도 많이 피곤하고 새벽에는 채연이 잠투정 받아주어야 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많이 힘들어.

내가 이런 내용으로 당신한데 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이네.
좋은 편지를 먼저 써야 했는데...
너무 당신을 한쪽으로 몰아버린것 같아 미안도 하지만...

앞으로 당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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