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02 09:45
오늘 아침에도 엄마의 몸상태는 별로다. 다행히 어제보단 조금 괜찮은것 같다.
회사 출근후 기침하며, 코풀어가며.... 짜증이 엄청 밀려온다.
울엄마도 감기 몸살로 드뎌 누우셨다.
울아빠도 많이 안좋으시구...
울아빠가 말씀하신다.
'콩만한 것한테 감기 옮아 엄청 고생한다구...'
퇴근후 채연이 데려와 저녁으로 떡국을 끓여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먹었다.
몸이 아주 조금 괜찮아진듯 하니 집안 꼴이 눈이 들어온다.
이건 집이기를 포기했다. 쓰레기통속이지....
엄마가 아픈내내 아빠는 설겆이도 정리도 아무것도 안한다.
그냥 시키는거나 마지못해 한다.
그리고 항상 이런 문제로 싸울때는 말한다.
앞으로 잘할거라구... 예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았냐구....
그런데 항상 싸울때와 그후 몇일 뿐이다.
오늘은 아빠가 저녁 약속이 있다. 아니 정확이 말하면 술약속이다.
엄마 생각에는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누라가 아파서 못일어나는데 약속을 연기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일찍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빠는 새벽 3시가 다된 시각에 겨들어왔다.
이젠 남편이며 아빠의 신분을 망각한거 같다.
이글을 쓰는 순간 엄마는 속에서 천불이 난다.
이런 사람을 믿고 앞으로 긴긴 세월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물론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수는 없다는 것을 엄마도 안다.
하지만 엄마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못먹고.... 그냥 누워만 있는데...
엄마한테 죽을 끓여준다거나 챙겨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뭏든...
지금 이순간 그냥 내다버리고 싶다.
채연이랑 저녁을 먹고 채연이는 혼자서도 열심히 잘논다.
그동안 엄마는 집청소며 설겆이며 빨래며... 집안을 청소해 나갔다.
가끔 현기증도 나고 기운도 딸리고... 이제야 사람 사는 집같다. 그러나 엄청 힘들다.
아마 내일은 더욱 아플거 같다.
청소 하면서도 생각했다. 오늘은 아빠가 몇시에나 들어올지...
이때까지만 해도 평소보단 일찍 들어올거라고 생각했다. 새벽 3시에 겨들어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산다.
하지만 자기 가족들을 보살피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오늘 엄마는 너무나 침울하고 어디론가 널리 떠나고 싶다.